-
라스트 레터 (Last Letter) -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하면, 믿어줄래요? (이와이 슌지)Movie & Book Stories 2025. 5. 25. 11:04반응형
라스트레터 포스터
대부분 나의 일요일 아침은 가벼운 공부로 시작된다.그렇지 않더라도 일단은 이불에서 나와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그래야 하루를 길게 사용하고, 조용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은 책상에 앉기가 싫었고, 조금 더 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전부터 보려고 했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라스트 레터(Last Letter)" 라는 영화를 보자고 마음 먹었다.
영화의 줄거리 보다는 느낀 점들을 두서 없이 써내려가려고 한다.
이상하게도 내 생각을 써내려갈 때면 삐닥하게 앉은 자세를 고쳐 앉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러브레터" 라는 영화를 좋아한다.
요즘과 같은 OTT가 나오기 전에는 DVD를 따로 소장해서 몇 번이고 봤을 정도이다.
그래서 "이와이 슌지" 라는 넷플릭스에서 보자마자 바로 "찜" 버튼을 눌러두었다가 드디어 보게 되었다.
요즘 대화 주제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AI"이다.
그에 따라 "자동화" 라는 것 또한 입에 따라붙게 된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 생각과 달리 서울살이, 회사 생활, 직업적 논리적 생각과 고민을 포함하게 되면서 내 스스로 조금씩 날카로워지고 무뎌졌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넓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나와 같이 마음이 좁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나와 타인을 함께 깎아먹는 일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툭 나가는 날카로운 말들이 나와 타인을 동시에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내가 "러브레터" 영화를 본 것이 고등학생 무렵이었던 것 같다.
러브레터에 꽂히게 된 계기가 아마 그 몽글몽글한 기분과 이와이 슌지 감독이 주는 영화적 감성, 그리고 편지라는 아날로그였던 것 같다.
러브레터를 본 이 후로 여러 에세이 책을 찾아보면서 짧은 글을 자주 쓰고, 그림도 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스트 레터"는 요즘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보기 드문 "편지" 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어떤 사람들은 뮤지컬을 전공한 나에게 묻는다.
"대사로 하면 되는 것을 왜 오글거리게 노래로 해요?"
나는 대답한다.
"그 감정이 말로는 그 이상 표현이 되지 않아서 음악의 힘을 빌립니다"
내가 생각하는 편지의 특징 중 하나는 말로는 하기 힘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분위기와 눈빛 그리고 목소리, 대화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도 진심을 느낄 수 있지만, 편지는 조금 결이 다른 것 같다.
그 사람만을 생각하면서 몇 번의 퇴고를 통해 작성한 글은 함축적이고, 분명한 표현을 가진다.
그 편지는 얼마나 길게 썼느냐와 같은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한 번에 와닿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라스트 레터"에 나온 편지 글 중 하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기억해?" 고작 한 줄이었다.
그러나 그게 시발점이 되어 저 멀리 과거의 나와 미사키의 기억을 불러오게 된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고 이것이 대화였다면 테크니컬하고 시시콜콜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만을 나열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편지였기 때문에 잠시 편지를 내려놓고, 그 당시와 달라지지 않은 글씨체, 종이의 질감, 두근대는 감정과 함께 봉투를 여는 느낌을 안고 과거에 잠시 다녀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사키는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고, 말라가면서까지 러브레터와 미사키를 생각하면서 쓴 소설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더 세상을 길게 살 수 있었다. 현실은 같았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내일 또 다른 폭행과 불행이 다가 올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라는 것은 내 마음에 있었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짠 하고 나타나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더 버티면서 살 수 있었다.
아쉽게도 자살로 세상을 떠난 뒤에 만날 수 있었지만 그 편지와 미사키를 생각하면서 쓴 글은 여전히 그녀의 보물 1호로써 남아있었고, 그녀의 딸도 그 편지를 봤으며, 결국 그녀가 세상을 떠난 후 편지를 보낸 사람 또한 딸을 통해서 그 편지를 다시 느껴볼 수 있었다.
편지는 계속해서 내 손 때를 묻혀가며 지닐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는 것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특징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장면으로 과거의 장면이 나온다.
이 아이는 알고 있을까, 그렇게 동경받고, 사랑받던 자신이 결국에는 스스로를 삶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초췌하게 폭행을 당할 미래가 앞에 있다는 것을....
학생회장이었던 미사키는 고등학교 졸업식에 연설을 하게 되는데 "수 많은 선택" 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그 선택이 달랐다면 여전히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아내, 엄마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과거 미사키 학생시절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었고, 그렇게 영화가 끝이 났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몽글몽글 해질 수 있었다.
분명 직업적으로는 논리적이어야하지만 조금 덜 날카롭게, 포용하면서, 넓은 그릇의 사람이 되기 위해 문학적인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누군가에게 윽박지르거나 짜증을 내는 것은 내 스스로가 지쳐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일요일 아침이었다.
반응형'Movie & Book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Perks of Being a Wallflower (영화 : 월플라워) (2) 2023.11.29 도서 : 이렇게 살면 큰일 나는 줄 알았지 (리틀타네) (1) 2023.10.29